Wan
ARTIST TALK
Q.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유로운 선으로 낙서를 하는 드로잉 아티스트 Wan입니다.
어떤 주제나 컨셉 없이 손 가는대로 무의식에 따라 늘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Q. 닉네임은 어떤 의미를 담아 짓게 되셨나요?
일단 제 이름 끝 단어가 '완'이기도 하구요. 또 처음에는 하얗고 작은 캐릭터를 주로 그려 왔었는데, 마침 wan 이라는 영어 단어의 뜻이 '창백한, 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Wan 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볍지만 날카로운' 입니다.
낙서이기 때문에 가볍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무의식과 감정, 생각들이 제 그림에는 늘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선의 흐름과 질감, 형태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Q. 드로잉 작가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창작활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을 살아가면서 더 이상 창작을 하지 않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갈증을 짧은 시간동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문득 제가 일상에서 낙서를 정말 많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낙서들을 쭉 보다 보니 혼자만 보기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별 생각없이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나니 많은 분들이 작가라고 불러주고 계셨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드로잉 작가가 되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깔끔하게 정돈되고 의도된 선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들을 주로 사용하고는 합니다.
다소 거칠고 생뚱맞아 보일 수 있어도 그렇게 그은 선 하나에 순간의 무의식이 담기고, 그 느낌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걸 내가 그렸다고?' 할 만큼 머리를 거치지 않고 손이 우발적으로 그은 선들이 종종 나오는 것도 꽤 흥미로워요.
Q. 작업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제가 보고 겪는 일상의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고는 해요. 저는 주로 자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 편인데, 하루가 지치고 힘들 때 펜을 잡으면 괜히 모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행복해지는 고양이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 따뜻한 그림이 나오곤 하더라구요. 마음 아픈 일을 겪었을 때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를 그리기도 해요. 이렇게 보니 제 작업들은 무의식의 그림 일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Q. 'doodle' 이라고 하는 낙서 형식을 주로 활용하시는 것 같은데, 이러한 소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낙서는 어떻게 보면 태어나서 처음 하는 창작 활동이잖아요. doodle은 비록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처럼 보여지지는 않아도 그 안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순수함이 담긴 창작 활동이 좋아서 계속 낙서를 하는 것 같습니다. 태어난 지 이제 두 돌 된 조카가 요즘 그렇게 낙서를 하더라구요. 저보다 잘 그리는 것 같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ffflowerrr 라는 그림이 있어요. 언뜻 보면 다 다르게 생긴 세 송이의 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의 선으로 그어져 있는데, 저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제 가족을 떠올려요. 어린시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제 가족 구성원들이 때론 남 같이 느껴지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다 보니 결국 우린 피할 수 없는 하나(가족)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깨달음이 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저를 떠올렸을 때 어떤 그림이 생각나기 보다는 내일은 어떤 그림을 그릴지 모르는, 예측이 안되는 재밌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학창시절에 내일 급식 뭐 나오지? 하며 소소한 기대를 하고는 했잖아요. 딱 그 정도의 기대를 계속해서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낙서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장르에 제약없이 시도하려 해요.
10년동안 제 낙서들은 영상, 이모티콘, 제품 디자인, 로고, 벽화, 누군가의 몸에 새겨진 타투가 되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는 페인팅 로봇에 의해 캔버스에 원화로 그려지기도 했구요. 저는 이렇게 제 손에서 태어난 작은 낙서 하나가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가지를 뻗쳐 나가는게 늘 흥미롭고 재밌어요.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나갈 계획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커다란 조형물로 만들어서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싶기도 해요. 다양한 형태로 변화된 낙서들을 한 군데 모아 전시를 해보는 것도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JUST DOODLE IT!
그냥 계속 낙서해. 그럼 뭐라도 되어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