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정
Q&A
Q.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2016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뉴욕으로 건너가 Pratt insritute 졸업하여 MFA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홍익대학교의 공간디자인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2022년 학위를 수여받을 예정입니다.
대표 개인전으로 'RAINBOPIA'(갤러리 도스, 서울, 2016), 'CHROMOPHILLIA' (Steuben Gallery, NewYork, 2018), 'Time Space and Memories'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020)이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Rainbopia 2015>,<Chromophilia 2017>, <life 2018>, <회고 2021>가 있습니다.
초반 그림은 극사실적 그림이었으나 점차 추상적인 그림으로 변모했습니다. 체화된 감각, 분위기와 깊이감을 나타내기 위한 시각 요소에 대한 꾸준한 실험을 통해 물감 분화와 투명한 레이어를 통한 깊이감, 혹은 색채 조각의 파편화를 통한 분산적 시각으로 나타나는 깊이감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작품에는 뚜렷한 윤곽의 형태성 보다는 파편화된 색채와 깊이감이 남게됩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색채와 질감을 통해 전달하는 기억 속의 감각"
Q.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드시나요?
시각적 영감으로는 작품 내용의 적절한 표현법을 위한 기법들, 대표적으로 시각적 촉각성, 분산적 시각과 깊이감을 드러내는 시각적 표현법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영감을 받습니다.
내용 영감은 신경미학, 시각처리과정, 아름다움의 인식과정, 감정의 발생구조 등의 시각 연구를 통해 내용의 영감을 얻습니다. '기억'과 '감정'이라는 작품의 주제, 그리고 '촉각성'과 '깊이감'과 같은 시각적 표현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생물학적인 시각처리과정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감정 발생 구조, 아름다움의 인식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품은 추상성이 짙어 구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형성이 적습니다. 때문에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없음에도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만이 중요시되는 추상화로써의 의미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작품의 시각적 표현이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감각으로만 제시되는 것이 아닌, 일정부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경미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감각 자극들이 처리되는 뇌의 경로와 이 경로가 유발하는 기억과 감정의 회로를 연구합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저의 작품 주제와 관련된 '주관적 기억', '선호의 감정'을 도출하기 위해 촉각적이고 깊이감이 있는 화면을 나타내려고 하며, 이의 감각 자극으로 선적이고 대비가 강한 표현 대신 파편화되고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의 시각 자극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4가지로 나뉘어집니다.
1. 캔버스 프레임을 짜기 위한 직물 선택
작품 표면의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면 캔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다양한 두께와 짜임의 마 천을 사용하여 질감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 프레임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황마이며, 작품의 크기와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짜임된 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조형성에 따라, 다른 천 조각이 바느질로 결합된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2. 마 천 위의 색채 작업
다양한 굵기의 돌가루와 혼합재료를 섞은 물감을 적용합니다. 마 천의 특성과 돌가루, 섬유 재료 등을 섞은 물감의 점도가 상호작용하여 그물망의 질감 레이어가 형성됩니다. 반복은 레이어 수에 따라, 레이어의 색 변화에 따라 밑바탕의 질감과 색채표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3. 뒤에서 물감 눌러짜기
깊이감을 내기 위해 뒤에서 물감을 덧대어 앞으로 스며들어 나오게 하는 기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혼합된 색이 아닌, 앞면에 칠해진 색과 뒤에서 배어나오는 파편화된 색들의 조합이 화면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혼합되도록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색채표현은 작품의 깊이감을 더하고, 표현의 재질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4. 오브제 연구
고안된 조형 언어는 직접적인 채색 작업 뿐 아니라 흔적을 나타내기 위한 오브제들을 배합하여 완성합니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흔적'의 주제를 실제적으로 반영하는 시간성이 투사된 오브제(아크릴 뚜껑을 수십번 열고 닫으며 생기는 굳은 아크릴 물감 흔적 조각들), 또는 촉각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고안된 오브제들(실을 통한 오브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사용한 오브제, 물감의 터치를 형상화한 붓터치 오브제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매일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실험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회고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질감만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 개월 그림 밑작업의 색 쌓는 연구를 했습니다. 쌓여진 균질한 색 바탕 위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 몰라 두어달 빈 색 캔버스들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던 중 그림을 그리려 아크릴 물감의 뚜껑을 열었을 때 쌓여있던 굳은 아크릴 조각을 보고 작업 조형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흔적 오브제들을 출발로 다양한 플라스틱 조각들과 실 오브제들을 추가하여 작품의 조형성을 만들어가게 되었습니다.
Q. 창작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였나요?
나의 작품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저를 모르는 사람이 그림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 동안 작품활동을 취미활동으로만 여겨왔었는데, 박사과정이 끝날 무렵 뒤돌아보니 작품활동을 업으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호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저의 인생과 작가로서의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이를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목표로 나누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예로는 성공한 작가를 멘토로 삼아 그 작가가 겪어온 과정을 되새깁니다. 현재 어느정도 성장한 작가들의 조사를 해 보면 성공하기 위해 거쳐나가야 하는 일들을 정말 꾸준히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일상에서의 계획의 실천과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통해 저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도록 노력중입니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업목표의 계획에 맞추어 작업내용의 작품의 시각적 표현방식 (질감 연구, 구도 연구, 오브제 연구, 적절한 표현법을 위한 시각 연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신작을 기획, 제작, 연출할 예정입니다. 작품의 기획에 아이패드 등을 사용한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이러한 기술의 습득을 통해 디지털 아트를 자유롭게 제작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올해의 신작은 더욱 풍부한 오브제 연구를 통해 화면의 조형적 언어를 더욱 창의적으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주요 계획으로는 1. 실 조형 오브제의 다양화, 2. 더 크고 많은 수의 시리즈 연작의 제작입니다.
Q. 작업 공간은 어디에서 주로 하시며, 그 공간은 작가님에게 어떤 곳인가요?
저는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동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저에게 매일 아침과 밤은 작업에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거실의 공간을 작업실로 만들 수 있어 매일 일정 시간 조금이라도 작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저는 매일 일어나자마자 지난 밤 그린 작품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에 작품을 보면 지난 날 신경쓰지 못한 부분들이 보이고, 작품을 지그시 보고 있으면 부족한 부분들과 이를 채울 새로운 영감들이 떠오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연구하는 화가‘ 가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닌, 그림과 그 저변의 내용과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다른 취미가 있으신가요?
조금 정적인 취미들이 많아요. 책 읽기, 글 쓰기, 연구하기 등..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예술계통 혹은 디자인 분야로 교육 분야에서 일 하며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작가노트
회고
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색감들이 전체적인 화면 안에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직물 속 색들은 겹겹이 쌓이고 배어나오며 캔버스 전체를 덮는다. 이러한 전면균질적 표현으로 인해 관객들의 시선은 한 군데로 머무르지 않고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 혹은 아우라에 취하게 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에 실눈을 뜨거나 아주 멀리서 보면 평평한 한 면이 느껴진다. 이번엔 한 발자국 다가가 보자. 주객이 존재하지 않는 전면균질 화면에서 오묘하게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이 깊이감은 어떻게 유발되는가?
“몽환적 깊이감(depthness)”
‘회고’ 시리즈의 신선한 점은 바로 평면성과 동시에 존재하는 ‘깊이감(depthness)’이다. 이 깊이감은 과거 원근법을 활용한 ‘환영(illusion)’의 깊이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어떠한 구체적 형상, 주객관계, 혹은 원근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몽환적 깊이감, 즉 평면성과 깊이감이 양립함에서 발생하는 모순에서 나타나는 애매모호함이 작품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몸으로 경험한 느낌, 즉 체화된 감각과 관련한 감정을 추상적으로 시각화한다. 작가는 위와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받아들인 아름다움의 기제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신경미학을 연구한다. 조형적으로 명확한 형태를 나타내는 정보 위주의 형식을 담당하는 뇌의 시각회로와, 물성적이고 체화된 지각을 동반하는, 주관적 감정을 유발하는 뇌의 시각회로가 있음을 주장하며, 작가의 작품은 후자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체화된 감각기억을 2차원적 평면에 나타내기 위해 분위기와 깊이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작가는 시각 요소에 대한 꾸준한 실험을 통해 짜여진 직물 위에 레이어를 가득 쌓은 후, 또 다시 직물 뒤에서 물감을 덧대어 배어나오게 하는 효과를 통해 깊이감을 나타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발생한 분해된 색채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과 분산적 시각의 효과가 화면에 매혹적인 깊이감을 만든다.
‘회고’란 기억 속의 장면을 회상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시각화 시킨다고 상상하는 기억 속의 장면은 시각뿐만 아닌 감각들의 복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관적인 감정의 층위가 덧대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주관성의 감각을 뚜렷한 윤곽의 형태성보다는 파편화된 질감과 색채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화면을 통하여 표현한다. 또한, 작품의 표면에는 실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물감을 여닫는 수많은 반복을 통해 생긴 굳어진 물감의 조각들이 ‘시간성’과 ‘흔적’의 오브제로 사용된다. 이는 화면 위에 체화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촉각성의 실질적 질감과 더불어 시간성을 연상하게 하는 물리적 흔적으로 작동한다.
이 작품은 참으로 순수하다. 색들의 알갱이들의 향연에서 단 하나의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주류와 비주류, 주인공과 비주인공,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분법적인 구조에 지쳤다. 작가는 우리의 파편화된 삶의 조각들도 그림과 같이 하루하루가 쌓여가며, 종국에 전체적인 조화로움과 깊이감 있는 한 장면으로 나타나기를 원하는 바램을 표현하고자 했다.
AR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