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Q&A

Q.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에이젠더 무성애자 김지현입니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성소수자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두 가지의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A. ‘어디에도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 될 것 같아요. 성소수자가 많이 알려졌다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여전하다고 봐요. 저희 가족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성소수자가 나와 관계없는 인터넷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더라고요. 바로 옆에 성소수자가 존재하는데 말이에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작품에 담아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Q.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드시나요?


A, 예전에는 일상의 풍경에서, 현재에는 놀이공원 풍경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길을 걸을 때마다 주변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 습관이 작품과 연결되어서, 어느 장소를 보면 여기 내 작품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사진을 찍어놓는 편이에요.

이제 그 사진을 포토샵으로 편집하고, 그 위에 가상의 인물인 ‘A’들을 물감으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진 인쇄물 위에 물감으로 그라데이션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일은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사진과 물감의 경계에 혼란을 주고 싶었어요. 제 작업은 멀리서 보면 사진과 물감이 구분되지 않거든요. 관객이 가까이에 와야 사진과 물감의 레이어가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 오히려 시스젠더 이성애자에 대한 역차별이 있다! 라는 이야기에 반박하고 싶었어요. 성소수자 입장에선 여전히 세상이 편안하지만은 않다고 알리고 싶었고요.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A. <Happiness?>가 될 것 같아요. 놀이공원 시리즈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업을 하며 제 상황을 참 잘 대변하는 작품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주머니와 인물 A가 서로 등을 돌리고 있죠. 꼭 시스젠더 이성애자와 대척점에 있는 제 모습을 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Q. 작품의 색감은 어떤 의미이며,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A. 같은 무성애자, 혹은 성소수자들이라면 눈치챌 수 있게 무성애자 깃발의 색을 따왔습니다! 보라, 흰색, 검정, 회색 네 가지 색이 무성애자 깃발의 상징이거든요. 그래서 이 작업은 무성애자의 작업이에요! 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작가 노트가 있긴 하지만, 작품의 뜻을 알리려면 이미지에서 먼저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Q. 창작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였나요?


A. 같은 무성애자를 만났을 때, 같습니다. 정체화를 한 지는 10년이 되었고, 오픈리 퀴어로 활동한지는 2년이 되었어요. 인터넷 상에서는 같은 무성애자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현실에선 쉽게 볼 수가 없었거든요. 오픈리 퀴어로 활동하며 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제 그림에 깊이 공감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같은 무성애자들이 곁에 존재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주변 사람들은 발전하는데, 저는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느껴졌을 때 슬럼프가 왔었어요. 그럴 때 그림을 잠깐 두고 글을 썼어요. 제가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와 그 주제를 표현하려면 어떤 소재가 적합할지, 계속해서 글을 적어 내렸어요. 그러다보니 실마리가 잡혀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최근까지 제 작업은 ‘성소수자로서의 나’의 내면을 해방하는 것에 목표로 두고 있었어요. 이전에는 성소수자인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무서워서 그걸 숨기느라 바빴거든요. 제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단 생각이 들면 그때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성소수자들을 만나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 이야기들을 엮어 제 작업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


Q. 작업 공간은 어디에서 주로 하시며, 그 공간은 작가님에게 어떤 곳인가요?


A. 작년까지 학교 실기실에서 작업을 했어요. 다른 학우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공간이기도 하고, 또 학우분들의 발전하는 그림을 보며 나 또한 더욱 열심히 해야지! 하고 자극받는 공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작업을 하실 때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A. 저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 정해놓은 루틴은 딱히 없어요. 주변이 고요하면 심심하니까 노래 볼륨을 최소한으로 틀고 작업을 시작해요.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젠더퀴어, 무성애자라는 존재를 알린 작가 중 한 명. 사실 젠더퀴어나 무성애자가 많이 알려진 존재는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약하고, 또 자주 묻히더라고요. 저는 대중들에게 젠더퀴어라는 존재, 무성애자라는 존재를 알리려고 노력한 사람 중 하나로 기억되고 싶어요.


Q. 작품활동 외에 취미활동이 있으신가요?


A. 글을 쓰는 게 취미입니다:) 필명을 따로 내서 취미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우주 끝까지 향하는 사람이라 글을 쓰는 게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청소년기에 정말 방황을 많이 했거든요. 남들과 전혀 다른 나를 보여줄 수가 없어서 남들에게 맞춰 다니느라 나 자신을 찾는 게 정말 오래 걸렸어요. 진짜 나를 좋아해 줄 존재가 있긴 할까? 하는 자괴감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다 보니 같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혼자가 아니야, 너를 알아줄 사람은 네 곁에 있어. 그러니까 우리 함께 살아가자. 서로의 편이 되어주자. 하는 메시지를 꾸준하게 건네주고 싶어요.

 

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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