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송승준입니다.
저는 한국 비무장지대, 후쿠시마, 체르노빌과 같은 무인지대(No man’s Land)의 생태계를 탐구하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이 지닌 모순성과 섬뜩함을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란 상상적인 세계관과 그에 대응하는 설치 작업을 통해 이야기해 오고 있습니다.
Q. DMZ를 비롯한 환경 문제를 주제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적부터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인간을 위한 일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DMZ 생태계를 주제로 삼은 것은 네덜란드 유학 시절, 각자의 문화적 배경을 작업에 반영하라는 권유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적 맥락을 넘어, 왜 내가 무인지대에 끌렸는지 내면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무인지대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창의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영감은 주로 어떻게 떠오르나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감이 찾아오는 과정은 대부분 고통스럽습니다. 그 순간이 생각만큼 극적이지도 않아요.
오히려 쉽게 떠오른 영감일수록 단순한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인사이트를 정합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상의 모든 장면에 그것을 끊임없이 비춰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마감 기한이 눈앞에 닥쳐야 비로소 그 고뇌를 멈추고, 제작에 들어가곤 합니다.
제가 창조한 세계관은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때 탈락되었던 요소들이 회생되어 다소 거칠게 봉합된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Q. 작품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로 소개합니다.
작업할 때에도 디자인과 기획에 집중하며, 실제 구현은 전문 제작자에게 의뢰하고 그 과정을 감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Q.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또는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건가요?
저는 작업에서 활자(세계관)와 공간 설치를 동시에 다룹니다.
이 두 영역을 나란히 전개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밀도와 풍부함에 특히 주목하며, 그 접점에서 파생되는 감각적 경험을 탐구하려 합니다. 금호미술관에서의 지난 개인전에서는 시나리오의 열린 결말이 내부 공간 설치를 통해 드러나도록 구성하여, 서사와 공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살피고자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활자와 설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고 설계함으로써, 이들 사이에서 생성되는 복합적인 관계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능성들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Q.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최근 작업에서 자연에 대한 낭만적 상상력의 이중성에 주목했습니다.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은 종종 그 이면의 복잡한 맥락, 예컨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처럼 실질적인 위협과 긴장이 공존하는 현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특히 DMZ처럼 외부의 접근이 통제된 장소는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로 소비되곤 하지만, 그 내부에는 전쟁의 흔적과 정치적 경계가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들이 지닌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감각은 더욱 강하게 다가오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의 위협적 측면마저도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속에 포섭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저는 이처럼 자연을 향한 인간의 강력한 환상적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왜 자연을 이토록 아름답다고 느끼는 걸까요?
그 감정은 혹시 생존을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아니면 문명과 문화가 축적해 온 상상력의 산물일까요?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지난 3월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폴리네이터(The Pollinator)》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설치 작가로서 넓은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미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만족스럽게 완성해 선보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공간을 다루는 데에 있어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어떤 언어로 규정되는 작가보다는, 제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오롯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대중에게도 제 주제에 대한 시선과 마음이 더 오래 기억되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