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器)의 내부 공간'이라는 주제로 도자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박현준입니다. 

현재는 파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공간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인지하고는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공간을 '기(器)'라는 형태 안에 담아, 빛, 그림자,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합니다.


Q.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도자기과를 졸업하신 어머니께서 미술학원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환경에 노출되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남서울대학교의 특성상 유리, 도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물레 성형 기법에 특히 매료되었고, 그것이 도자 작업을 계속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물레를 돌리는 시간은 저에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器)’의 형태를 많이 만들게 되었고요.


물론 지금은 작업의 목적이나 형태에 따라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지만, 여전히 물레 성형을 할 때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몰입하게 됩니다.




Q.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기본적인 형태나 구조를 구상할 때, 주로 옛 도자기들을 참고하는 편입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땐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곤 해요. 

또 여행을 좋아해서,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꼭 그 나라의 박물관에 들러 다양한 '기(器)'의 형태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또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건축물이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그림자의 변화도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보다는, 여유롭고 느긋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샤워를 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처럼요. 그런 잉여의 시간 속에서 오히려 창작의 실마리를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Q. 작품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을 시작할 때, 머릿속 구상이 완료되면 간단한 러프 스케치를 한 뒤 바로 모델링 작업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때로는 디테일한 스케치를 미리 그려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은 크기로 먼저 제작해보며 형태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다각도로 확인합니다. 그 후 형태와 패턴의 비율을 조정해 큰 작업으로 확장하죠.


형태 성형은 주로 코일링 성형 기법물레 성형 기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먼저 패턴이 들어갈 위치까지 벽면을 만들어 놓고, 미리 준비한 판재를 가로 세로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면서 패턴의 크기와 비율을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형태를 완성한 뒤 투각 작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저는 전체 형태와 패턴을 순차적으로 쌓아 올리며 동시에 성형합니다.





 코일링(Coiling) 기법


흙가래 성형 기법이라고도 하며, 점토를 가래떡처럼 길고 동일하게 늘여 아래부터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법입니다. 

흙가래의 굵기가 일정해야 하고, 코일과 코일을 이을 때 빈틈 없이 잘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레 성형기법(Jiggering)


물레 위에 점토를 놓고 회전력을 이용하여 대칭형태의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Q. 작업할 때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 또는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건가요?



작업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형태의 비율패턴의 모양입니다.

전체적인 선이 조금만 틀어져도 형태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작업 중에도 수시로 멀리 떨어져 전체적인 균형을 확인합니다.

특히 패턴의 각도, 모양, 크기는 내부와 외부를 어떤 요소들과 함께 표현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내부에 광원을 넣어 외부로 나가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하는 작품의 경우, 패턴 각도에 따라 빛의 방향성과 그림자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도 조절에 특히 집중해서 작업합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보이는 공간’ 시리즈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프란츠 국제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주는 느낌이었죠.


많은 분들처럼 저도 항상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보이는 공간’ 작품 덕분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추억들이 이후의 작품 활동에도 큰 원동력이 되었고요!!




Q.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주제 라기보다 분청기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프한 느낌과 질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제가 표현하는 ‘기의 내부 공간’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 공간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파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저를 포함해 약 네 명의 작가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있는 작품을 많이 제작하다 보니, 서울에 계신 작가분들에 비해 넓은 작업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작업실 한쪽에는 작은 텃밭과 바베큐장도 마련해 두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이 공간은 단순히 작업하는 장소를 넘어, 일과 힐링이 공존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Q. 세라믹 작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줄 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은 정말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질감을 느끼며 손으로 성형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특히 매력적이죠. 


다만, 성형부터 건조, 그리고 두 번의 소성까지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너무 고집스럽게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려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도 예전에는 갈라지고 망가지는 일이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런 과정 또한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이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생기지만요..ㅎㅎ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입니다.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빛을 보게 될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만큼 잘하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아. 

지금까지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가끔은 쉬어가도 되니까 건강 잘 챙기고 오래오래 작업하자. 내가 항상 응원하고 있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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