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재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정연재입니다. 

회화 기반으로 설치와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평면과 입체를 탐구하는 작업.


Q.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전 대학생 때 지인의 소개로 갤러리 관계자와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편안한 식사 자리에서 그분이 저에게 왜 작가가 되고 싶냐고 물었었던 일이 기억이 나요. 당시 저는 생각을 하다 끝내 답하지 못했어요. 

미대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니 내가 왜, 그리고 어쩌다 이걸 하고 있는지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요.


졸업을 하고 회사도 출근을 하는 현재 바쁜 삶 속에서 꾸준히 생각하고 항상 돌아오는 것이 제 작업이에요. 

그 질문을 생각하면 내가 재미있는 일이 무엇이고, 작업을 할 때만큼 온전한 나 자신다운 경험이 좋아서 선택한 거 같아요.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디자인과 설치도 하고 관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 작업의 기반은 항상 회화였어요. 

회화를 처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가장 오래 해왔어요. 

그래서 항상 평면을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고민을 하고 회화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기반으로 다른 디자인과 설치의 영역으로 뻗어나갔어요.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한 그라데이션 Shifting Color (2018) 시리즈, 카메라 필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회화에 필터를 씌운 효과를 만든 Cabinet Painting (2023), 레이어 활용으로 다채로운 깊이의 평면을 주는 Acrylic Stool (2023) 모두 하나의 고민에서 시작해 도착한 지점들이었어요.



Q. 어디서 영감을 얻고, 그 영감을 작품에 어떻게 담아내고 계신가요?



경험하고 보는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조선 공예품의 매력에 빠져 서울공예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을 자주 찾아갔어요. 

색의 사용, 마감, 자연과 동물을 상징하는 그림(오늘날 일러스트로 불리는)들이 위대해 보였어요. 


편집샵에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티슈 박스를 보고 작업을 하기도, 학부 때 존경하던 교수님의 말씀에서 가져와 제목으로 사용한 작업도 있습니다.





Q. 회화, 설치,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데, 이 중에 제일 재미있게 느껴지는 방식은 어떤건가요?



다양한 영역에 발을 걸쳐 작업을 하는 것의 재미는 경계를 넘나들면서 생겨나는 흥미로운 시너지를 목격할 때인 것 같아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제 성향도 큰 영향이긴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Frank Stella의 1960년대 제작된 Aluminum Paintings들을 보고 Dieter Rams 의 디자인 철학과 친밀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이 작업에서 Stella는 사각형 모서리 캔버스를 잘라내 홈을 낸 뒤, 캔버스 형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작업으로 면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미니멀한 작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이후 인터뷰 내용에서 Stella는 “선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한 내용도 기억이 났었죠. 단순한 형태를, 단순하게 변형시켜 변주를 준 효과를 보고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어요. 그리고 Dieter Rams의 디자인 철학을 보고는 Rams도 Stella의 작업을 좋아하겠다, 둘이 다른 분야에서 작업을 하지만 비슷한 철학을 가진 작업자라고 상상을 해보았죠. (물론 Rams의 10계명을 세세히 본다면 목적성이 짙고 사용자가 개입할 수 없는 미술품에 대한 내용은 다른 얘기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다른 분야의 작업에서 연결점을 발견하고, 나만의 아름다운 정의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재미있어요.


Q. 선과 면, 기본적인 도형 요소들과,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자주 이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단순한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변형으로 큰 효과를 주는 것에서 저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조형적 요소로 대비를 조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앤디 워홀이 얘기하기를, 다름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했어요. 거리를 걷다 모델 같은 인물들을 지나치다 평범한 인물이 지나가는 순간 아름다움은 그 평범함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하듯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흥미를 느끼는 부분에 집중해 풀어나가죠. 


Edge: 틈 (2024) 시리즈도 회화에 곡선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생각에 변형된 캔버스에 깔끔한 디자인으로 작업한 시리즈입니다.





Q.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또는 가장 신경쓰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건가요?


 

제 성격이 생각이 많다는 특징이 있어요.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이 과도하게 부피가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업을 할 때 저에게 큰 원동력이 바로 자유이지만 생각의 부피가 커지면 수행하는 길목을 막아버리죠.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바로 실행해 보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만 최근 들어서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경험이 쌓여 신중해졌다 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아마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림을 그릴수록 보관해야할 작업은 쌓이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자니, 돈과 공간이 소비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업에나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들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아직 성장의 길이 넓으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와 실패를 앞두고 있겠어요. 원하는 위치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생각이죠. 


“그냥 많이 만들고 어쩔 수 없으면 버려야지” 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졸업을 하고 작품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손상된 그림들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제가 아껴서 팔지 않겠다던 작업들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어요. 

결국 복구하지 못하고 폐기했는데, 작품을 꼼꼼하게 포장하지 않은 제 잘못을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제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인 

자유롭고, 즐겁게,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Q. 앞으로는 어떤 작업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2024년의 좋은 전시를 위한 좋은 작업들을 위한 시간!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굶어 죽지 않는다. 즐기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