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는 나무의 인상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나의 작업 속, 나무의 인상은 나의 어린 시절 종종 시간을 보냈던 커다란 나의 은행나무의 인상과 겹친다. 

나무 위,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는 수 천 수 만개의 나뭇잎에 둘러 쌓여 뭔가 모를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순간”,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좇아 캔버스에 옮겨 새로운 나무의 인상을 표현한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Subtle moment




Q. 작가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냥 하고 싶었다. 버티고 싶었다.

Q. 작업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나무의 형상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의 움직임과 그 모든걸 감싸는 대기 안에서의 색감




Q. 붓이 아닌 나이프로 그림을 그리신다고 들었습니다. 나이프를 활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적인 캔버스 안에서 관객들이, 나뭇잎의 미묘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방법적인 면을 찾다보니 그 해답을 나이프에서 찾은 것 같다. 

나이프의 방향에 따라 살짝살짝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인쇄된 이미지는 표면상으로 광장히 단순하지만 실재하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Q. ‘관조의 눈’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의도하지는 않았다. 대기에서 느끼는 나무의 인상을 캡쳐하는 과정에의 시간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나이프로 하나하나 찍어내는 오랜 작업 과정이 자연스럽게 “관조의 눈” 이른바 “명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방법으로 바라보는 순수한 나무에 대한 인상의 본질과 그 것을 표현하기 위한 실천의 방식이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진게 아닌가 한다.


Q.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나무의 형상을 띄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계신가요?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 이루어진듯 하지만 각자에게는 그에 맞는 경계가 있는 듯하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어딘가에 묶여 있는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 아주 얇고 투명한 실이 내 발목에 감겨 있어 나의 의지와 상반된 방향으로 잡아끄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답답함에 느끼는 타고난 나의 나약함!


이양하 <신록예찬> 중에서 나무의 위의(威儀)를 읽다보면, 나무의 모습은 우리가 닮아가야 하는 어떤 이상향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하면 나의 나무의 모습은 어떠한가? 굳세고 빛나고 싶으나 그저 한없이 나약하고 나약하다.

작업을 하면서도 종종 느끼는 불안함은 수많은 터치에 의해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내면 깊이 자리한 불안은,‘툭‘하고 끊어져 버린 풍선의 실처럼 결국에 표현되는 듯하다.


나무, 수 많은 이미지 속에 유독 그 반짝거림이 좋다. 

바람에 이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나뭇잎 사이사이 작은 틈 사이, 햇볕에 의한 반짝거림..

어쩌면 굉장히 단조로운 모습의 나뭇잎이지만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나뭇잎은 반응한다.

바람의 어떠한 모습에도 그 연약함은 몸을 내맡긴다. 넒은 대기를 향해!


표면상으로 작품의 이미지는 굉장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단조로움이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며 상반된 두 이미지가 있다. 

볼륨 있는 형체와 반짝거리는 터치는 화려함과 미묘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그와 다른 연약한 한 줄기는 불안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듯하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드로잉 작품이 있다. 볼펜으로 작업하여 전시 후 이미지가 많이 사라져 버린 작품이다. 꽤 많은 작품 구입 의사를 받았지만 볼펜의 특성 상 작품을 판매 할 수 없었다. 그 후 남겨진 작은 사이즈의 드로잉 작업들은 전시 후 햇빛에 차단 된 채 10여년이 넘게 어둠 안에 있다. 

그 때의 드로잉을 통해 유화를 다시 하게 되고 지금의 작업 방식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 했었다.




Q.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또는 가장 신경쓰고 있는 포인트는 어떤건가요?



방법적인 측면에서 나이프로 찍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의 나의 작품 이미지는 두 색상만 있는 무척 단순한 모습이다. 

그래서 작업 전 두 가지 색감을 고르는데 무척 시간을 쏟는 편이다. 그리고 작업 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가다듬는 부분이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어떤 작가로서 보다는 나의 작업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와, 또 어떤 상황에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평면 작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내년 쯤 설치 작품도 함께 전시할 계획으로 작업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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