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설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상상과 현실의 경계와 이를 실체화하는 작업을 하는 강민설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지금은 주로 설치작품의 형태로 작업하며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방법을 표방하여 현실에 재치를 한 방울 섞어 짚어내는 작업을 지향합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상상 그 이상’이라는 중의적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작업의 주제가 되는 것이 주로 지금의 현실을 상상과 이상으로 버무려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며, 오밀조밀한 작업의 표면적 이미지에 비하면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하는 과정부터 결과까지는 ‘상상 그 이상’으로 치밀하게 축조한 작품들이기에 위 문장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담으로 개인 포트폴리오의 제목으로도 사용하고있는 문장입니다.
Q. 설치 작업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주 어렸을 적,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만들기’라는 표현매체를 좋아했습니다. 10살 무렵에는 ‘미니어쳐 하우스’라 불리는 디오라마에 푹 빠져 하드보드지와 색지, 온갖 점토 등을 사용해 매일 작은 집과 손톱만 한 음식들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그 경험들이 자연스레 설치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현실의 이야기를 상상한 형태로 풀어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작업 방법이 현실과 같은 3차원의 설치 기법이었습니다. 제 안의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이미지들은 ‘잔혹동화’를 닮아 환상적이지만 한 군데씩 쓸쓸하고 스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입체적 공간으로 직접 만들어나가며 3차원의 현실과 점점 맞닿아갈수록 큰 쾌감을 느꼈습니다.
Q. 작업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작업의 주제가 그러하듯 꿈과 현실의 모습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실제로 자면서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꿈속 이미지들이 제가 살고 있는 현실과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동화적 이미지를 적절히 섞어서 상영해주고 있어서 작업의 주제로 흥미롭게 영감을 받곤 합니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모두 영감을 받지만, 특히나 악몽은 꼭 작업의 소재로 풀어내려고 하는 편인데, 악몽을 꾸어도 그 주제로 작업을 완성하면 현실과 얽힌 나쁜 꿈에서 해소되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꿈이 금방 휘발되지 않도록 메모장에 일어나자마자 꿈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읽어보면 작업할 때 많은 영감의 원천들이 되어줍니다.
Q. 작업에 들어가는 모든 오브제를 하나하나 직접 제작하시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색까지 입히다 보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 같은데, 평균적인 작업 시간이 어떻게 되시나요?
모든 오브제를 손으로 하나하나 제작하다 보니, 작업의 크기에 비하여 시간은 많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이번 갤러리에 전시하게 되는 부조형식 작업의 경우 레진으로 꽃을 빚어내고, 한지에 물을 먹인 ‘종이죽’으로 나무와 땅 부분을 만들었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규모가 더 큰 설치작들의 경우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 매일 7-8시간씩 작업하여 4개월 정도에 걸쳐 완성됩니다.
Q. 작가님의 작업을 보면 실제 같은 사물들의 표현이 눈에 띕니다. 사실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궁금합니다!
관찰인 것 같습니다. 많이, 섬세하게 보아야 그만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어디를 가든 오브제로 사용하고 싶은 사물들이 있다면 밑면과 모서리까지 꼼꼼하게 관찰하고 특징들을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팝콘 통 모형을 작업에 사용하려 한다면,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하나 사옵니다. 그리고 실제 팝콘 통과 팝콘의 생김새를 연구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잘’ 만든 것이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해당 사물을 표방함으로써 이야기하려는 주제가 또렷하게 있기에 사물의 형태를 오브제로 사용하게 된다면 최대한 닮게 연구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전한 현재임에도 인간의 손길이 직접 닿은 온기가 느껴지는 작업이 좋아서 3D프린터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에 사용되는 오브제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계만큼 정교하거나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오히려 획일적이지 않은 모습이 제가 표현하고 있는 현실과 동화 같은 상상의 경계를 나타내기에는 재미있게 보였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앞서 언급한 ‘팝콘’ 안에 ‘극장’이 들어가 있는 형태의 <자화상_intermission>(상단)이라는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졸업작품으로 기획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는데, 설치 규모가 큰 편이라 실제로 생각한 이미지가 구현될지도 의문이었고,
의자와 기둥, 대리석 바닥 등 극장 내부의 모든 요소, 수천 개의 낱개 팝콘까지 손으로 제작해야 하는 오브제들이 여태껏 했던 작업 중에 가장 섬세하고 많았습니다.
거기에 스톱모션 영상까지 촬영을 하게 되어 해당 작품을 작업하던 시기에는 체력이 부족해 수액으로 버티기도 했습니다.
직접 금형을 제작하여 석고로 동전 크기의 의자를 총 50개 만들었는데, 마지막 의자가 만들어질 때 쾌감이 매우 컸습니다.
단순히 작업을 끝내서 후련하다는 느낌보다는 완성된 의자들을 모아놓고 보니 또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작업에 매료되어 계속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Q.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또는 가장 신경쓰고 있는 포인트는 어떤건가요?
작업의 외적인 부분이나 형태적인 면에서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작업’이라는 개성이 탁해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온전한 나의 작업으로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나로서 작업하고자 합니다.
작업의 내용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꼬집고, 사회를 비판, 풍자하는 메시지의 작업들은 예술계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느끼고, 여실히 깨달은 바가 아니라면 절대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와 현실을 다루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기에, 그저 현대미술에서 보여지는 유행의 풍조에 따르듯 ‘그럴 듯’하게 보이는 작업은 지양하고자 매 순간 노력합니다.
진심으로 깨달은 바 없이 ‘그럴 듯’해 보이는 소재와 조형 요소들의 조합은 얼기설기 축조된 건물과도 같기에 ‘참된 것’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따라서 매 순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느끼고 겪은 거짓 없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스스로 검열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전하고픈 이야기는 다양합니다.
다만,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우선은 거짓 없이 진짜인, 내가 직접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만을 전하고 싶은 것은 확실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도 계속 작업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잘 살고있지? 나도 잘 살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