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니림
ARTIST TALK
Q.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자를 주매체로 작업하는 거니림입니다.
도자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로 진위와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각, 관습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닉네임은 어떤 의미를 담아 짓게 되셨나요?
제 이름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데요, 본명의 영어 이름입니다.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말로 해주고 편한 철자로 적어 불러 달라고 하면 Guny를 사용하더라구요.
저는 일상에서 거니로 불리기 때문에 저한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거기에 성을 더해 거니림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거닐다'라는 뜻으로 해석을 해주시거나, 이름의 뜻을 궁금해하는 점이 저에겐 흥미롭기에 더 애정이 가는 이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글쎄요, 저의 작업이지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지요.
굳이 말하자면 외면된 것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Q. 작가라는 직업을 결심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로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어요. 저는 자주 그러한 순간을 마주합니다.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내 생각을 펼쳐보겠다 하는 생각이 강했을 때 작업을 하길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Q. 쉽게 소외되고, 종종 혐오를 받기도 하는 존재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살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참 많아요.
나의 가족은 소중히 여기면서도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가족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거나, 우리 삶에 가까운 반려 생물을 아프게 하는건 반대하지만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생물의 죽음에는 무딥니다.
이러한 인식의 모순이 저의 관심사입니다.
조명된 것만 보고 그 뒤의 것은 살피지 못하는 것.
편향된 사고의 핵심을 바라보기 위해 소외되거나 혐오를 받는 존재들에게 시선을 두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하나하나 제작하고, 도자가 주 재료다 보니, 건조 과정 등 작업 시간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평균적인 작업 기간이 어떻게 되시나요?
대부분의 매체가 그러하듯 크기가 크거나 복잡할수록 제작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요, 아무래도 제 작업은 건조 시간이 만드는 시간보다 조금 더 깁니다.
건조를 필요로 하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타서 건조한 시기에는 완성이 빠르고 습하거나 추울 때는 건조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많이 제작하는 크기 기준으로는 2주 정도 기간이 걸립니다.
Q. 작가님에게 원뿔은 어떤 의미인가요?
뾰족한 형태는 외면되고 소외된 것들을 향한 공격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격을 향하는 대상과의 역지사지를 위한 효과적인 형태로서 원뿔을 작업에 차용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원뿔 자체보다는 삼각형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인데, 많은 고대 수학자, 철학자들이 3과 삼각형의 완전함을 이야기해왔고 그 일례로 플라톤은 물질의 최소 단위를 직각삼각형으로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비둘기를 먹는 까마귀>, 2023(우하단)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작일 기준 약 2년 전쯤에 우연히 촬영했던 영상을 작업으로 제작한 것인데, 어떻게 찍었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보기 힘든 장면이긴 한데 홀리듯 찍었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촬영 당시 이미 작업이 될 운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ㅎㅎ
Q.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소외되거나 이면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두어 작업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나 자신을 마주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어떠한 생명이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죠. 나와 마주하는 일을 통해서 생(生)을 산다라는 개념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은 점점 가벼운 매체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관람자들이 예술을 매개로 자기자신을 탐구해보기를 감히 바라봅니다...
Q.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잡초에 관심이 있어 이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자 고민 중에 있습니다.
비둘기나 가로수처럼 잡초도 외면되고 이름을 잃은 생명 중 하나거든요. 잡초라는 통칭보다 각자의 이름을 찾고 조명하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태까지 작업해 왔던 소재들을 종합한 무언가도 구상하고 있고요. 저의 작업은 늘 일맥상통합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한결같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바라는 미래의 모습 그대로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