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Q&A

Q. 작가님과 작가님의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정인 입니다.

 책, 앨범 아트워크, 갤러리 전시, 패키지 일러스트 등 제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해보고 나서, 한 장의 종이 안에 다양한 의미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저와 가장 맞는다고 느꼈어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아 놓으면, 독자분들이 한 부분씩 찾고, 연결하며 자신의 해석을 덧대는 부분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몇십 년 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여전히 즐겁게 그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이 길을 확신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교한 퍼즐

 

Q. 작업공간은 어디에서 하고 그곳은 작가님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현재는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그림들과 소품으로 가득 채운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에요. 다만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을 분리해도, 같은 공간 안에 있다 보니 일의 효율성이 줄어드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긴장감을 만드는 일을 먼저 하고 있어요. 커피를 준비하거나 조금 추울 정도로 환기하는 일 등을요.

 

Q.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드시나요?

 

 가장 먼저 큰 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생각들을 글로 쓰며 시작합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작은 디테일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덧붙이는 방식이에요. 보통 한 작품을 할 때 넉넉히 1-2 주 정도 잡고 시작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받는 영감들을 그림에 녹여내는 편입니다.

 요즘은 온라인 전시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전시, 사진 작품들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직접 공간에 찾아가 바로 눈앞에서 보고 느끼는 게 더 많은 감동과 영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Q. 작품에 디테일이 돋보이는 장식품들과 거울이라는 요소가 자주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런 요소들을 많이 사용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거울은 작품에 이야기적으로 입체감과 깊이를 주기 위해 자주 사용합니다.

 하나의 화면 안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은 조각이 심어져있는 게, 보는 분들도 더 흥미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니까요. 거울뿐 아니라 커튼, 장식적 프레임 등은 그림에 연극적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극의 막이 올라가고 그림 속 주인공들이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주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해요.

 

Q. 작품에서 파란색/보라색/황동색/금색이 주된 색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데 색 조합은 어떻게 조합하게 되었는 지 궁금합니다!


 푸르고 차가운 계열의 색감은 좋아하는 작가인 에드먼드 둘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림 전체에 짙게 깔려있는 안개 같은 색감을 좋아했고, 그 영향으로 채색할 때 신비로운 분위기의 파란색을 자주 사용했던 것 같아요. 금색 같은 따뜻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색들은 대비되는 색감으로 그림 속에서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안갯속에서 횃불을 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는 것과 같이요.

 요즘에는 더 많은 색감을 한 그림 안에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을 보고 나서 이렇게나 다양한 색들이 조화롭게 충돌하며 보는 사람에게 쏟아져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아서요.

 앞으로는 사용하는 색의 범위를 차츰 늘려갈 생각입니다.

 

Q. 한국과 뉴욕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주로 작품 활동은 어디서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일을 하는데 장소가 크게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 미국에서 출판되는 책 작업을 하기도 하고, 뉴욕에 있으면서 한국에 있는 출판사와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작업해왔던 작품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수익 여부 관계없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그렸던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가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가장 오래 작업을 했고, 피드백과 반응이 좀 더 많았던 시리즈에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이 작품을 이야기해주시고, 기억해 주시고, 여전히 사랑해 주시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저에게서 기대하는 그림, 이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이런 질문들이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 더 좋은 양분이 되기때문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창작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였나요?


 디지털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 실제 제품으로 제 일러스트레이션이 사용되어 나왔을 때 매번 감동을 받는 편이에요. 제 그림이 다른 사람의 일상에 녹아들어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뿌듯합니다. 또한, 글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그에 따른 공감과 위로를 했을 때요. 최근에 했던 네 가지의 기본 덕목 시리즈가 그런 상황이었어요. 제 스스로도 정리하기 힘든 많은 감정들을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정제하고, 보시는 분들도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언어로 감정을 정리를 하고. 이 두 가지가 작업을 하면서 크게 원동력을 주는 부분이에요.

 

Q.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 하셨는지?

 

 큰 시리즈 하나를 끝내고 나면 번아웃이 오긴 해요. 오랫동안 제가 가진 에너지와 집중력을 한 가지에 쏟아 내다 완전히 마무리를 하고 나면 텅 빈 느낌이 옵니다. 다만 그 기분에 오랫동안 빠져있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가벼운 드로잉으로 손을 풀며 새로운 영감을 찾아다녀요. 카페 드로잉 시리즈와 색감 기록 시리즈가 그렇습니다. 계속 무언가를 그리고 쓰고 보고 다니다 보면 문득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는 편이에요.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기본으로 돌아가는 그림을 그릴 예정입니다. 최근까지는 아이패드와 포토샵을 이용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그렸습니다. 여행 중에도 작업실이 아닌 곳에서도 항상 작업을 할 수 있는 용이함 때문에요. 다양한 색감과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 좋았지만, 연필이 주는 디테일과 속도, 특유의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다시 연필과 종이로 돌아가서 이 두 가지를 다 만들어내는 그림을 실험해 볼 예정입니다.

 

Q. 미래의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신다면?


여전히 그림 그리는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면 좋겠고, 네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

ARTWORK